<다음은 미국에 사는 한 학부모에게 요청해서 받은 글입니다. 가급적이면 문제의식이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비판적으로 서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 모두 아래의 내용과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다만, 미국에서 사는 학부모들의 눈에 ‘갓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 다음과 같이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주시고,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필자의 요청에 따라 이름은 이니셜로만 표시합니다.>
한국의 조기유학열풍 때문에,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특히 방학만 되면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은, 방학을 이용한 영어 연수 덕분에 자식과 손자들을 자주 만나게 되어 좋지만, 부부가 모두 일을 나가는 젊은 사람들은 아이들 연수를 겸한 친지들의 방문으로 혼자 속을 끓이게 되기도 한다. 그날그날 벌어서 렌트비 내고, 각종 공과금 내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는 미국 생활을 일일이 설명하기도 그렇고, 차 없으면 꼼짝없이 집안에만 갇혀 있게 되는 줄 알면서 일을 나가는 것도 맘이 편치 않고...더욱 괴롭히는 건 한국에서 온 아이들에게서 심한 이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워낙 심한 경쟁 속에서 살아서인지, 어딜 가나 톡톡 불거져 나오기 십상이다. 게다가 그들의 부모들까지도 별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한없이 아이들을 감싸고 도는 걸 보면서 의가 상하기도 한다.
우선 한국에서 온 아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남을 배려하는 일이 드물어 자기 주장만 앞세우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것만 챙기려 하니, 두명만 모여도 시끄럽다. 목청들은 왜이리들 큰지. 더욱 가관인 것은 부모들이 “철없는 애들이 다 그렇지뭐.” 라면서 그런 행동들에게 너무도 너그럽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변명을 하기도 한다. “원래는 인정 많고, 착한 아이인데... ”, “겉으로는 강한 척 해도 속은 워낙 여린 아이라, 야단치기도 어려워...” 등등. 그럴 때마다 한마디 해주고 싶어진다. “원래부터 착하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기한테 남아도는 것으로, 남의 것으로 인심쓰는 것도 착한 일인가? 강해야 할 때 나약하면서, 쓸데없는 고집 부릴 때만 강한 아이를 야단치지 않으면 자녀교육을 포기한다는 건가?....”.
두번째 특징은
남을 깔보고 무시한다는 거다. 남의 단점이나 약점을 재빨리 찾아내서 늘 그것을 강조한다. 남의 마음이 상하거나 말거나. 어쩔 때는 어린 아이에게서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더 야비한 것은, 이런 아이일수록 힘있는 자를 만나면 재빨리 태도를 바꿔 얌전해진다는 점이다. 부모나 선생님들을 대할 때 그렇다. 그러니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무슨 문제가 있는지 전혀 모른다. 오히려 그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다른 부모들에게 속으로 욕을 한다. 자기 자식이나 잘 키우라는 것이다.
세번째 특징은
스스로 판단하고 계획하는 일을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이는 어찌보면 당연하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만 열심히 하라면서 나머지 일들은 엄마가 다 알아서 챙겨줬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결과로 나이가 꽤 먹은 학생인데도 자기 일을 자기가 처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학 입학 시기에 자기 혼자 준비해도 될 각종 서류들을, 그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부모 도움을 기다리는 학생들도 봤다. 자신이 직접 써야할 에세이를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경우도 봤다.
마지막으로는
워낙 매사에 속도가 빠르고 강한 자극에 노출되어 있다보니 처신이 경박스럽기 일쑤이다. 주변의 어떤 엄마는 방학 때만 되면 한국에서 사촌들이 오는데, 그럴 때마다 자신의 아이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을 보면 정말로 속이 상한다고 한다. 빠른 판단과 손놀림, 과격한 행동에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이 당해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을 데리고 디즈니랜드같은 곳을 가면 하루 종일 마음이 불안하다. 멋대로 뛰어다니고, 사라지고, 마음대로 사먹고, 새치기하고, 큰 몸짓으로 장난하고...일일이 이런 태도에 대해 잔소리를 할 수도 없고, 바라보는 사람 마음에는 스트레스만 쌓인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은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되는 아이들을 금방 알아낼 수 있게 되고, 가급적이면 자기 자식들이 그런 아이들과 안 어울리게 되기를 바라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 학생의 잘못이 아닐 것이다. 아이를 이렇게 키우는 한국 교육문화의 잘못일 것이다.
다행인 점은 이런 학생들이 미국 생활을 몇 년하면 태도들이 조금씩 바뀐다는 것이다. 즉, 이런 태도들은 교육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 빨리 한국의 교육에서도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 자발성을 강조하는 문화, 신중한 처신을 강조하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