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의 열풍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돈 좀 있는 집에서 공부 못하는 자식을 외국으로 보내는 일종의 도피수단 쯤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글로벌 시대에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서 영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
조기유학은 영어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사고와 국제감각을 키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잠재력을 일깨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늘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기유학에 있어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바로 이것. 성공한 사례만큼 실패한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다. 실패 없는 조기유학, 성공적인 조기유학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유학원 베테랑 실무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우먼센스 : 영어캠프나 조기유학 등의 상담은 아무래도 방학 때 많이 이루어지죠?
윤규식(이하 윤) :사 실 그렇지도 않아요. 요즘엔 부모님들이 워낙 관심이 높고 정보가 많다 보니 평소에도 늘 관심을 가지고 체크하는 것 같습니다. 조기유학의 경우 아무래도 겨울 방학에서 봄 방학 사이에 가장 많아요. 그때 상담하면 유학수속은 여름 이후에 많이 하고요, 수속이 끝나면 그로부터 6개월 뒤엔 실제 현지에서 유학이 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http://study21c.com/new/board_data/editor_data/img/1246608942.jpg" />박정원 : 학년이 막 바뀌는 시점인 겨울방학이 상담하기 가장 좋은 시기인데 간혹 그걸 모르고 뒤늦게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아무래도 정규유학보다는 조기유학은 여러 가지로 준비할 게 많고 까다롭기 때문에 적어도 1년 전부터는 준비해야 순조롭게 유학을 떠날 수 있어요.
우먼센스 :조기유학에도 유행이 있나요? 추세라든지 말이죠.
박정원 :물 론이에요. 예전에는 조기유학을 집안에 돈 있고 공부 못하는 애들이 가는 거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갈수록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어요. 장기유학보다는 I~2년짜리 단기성 유학이 많아 졌다는 것도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이고요.
윤 요즘은 영어캠프가 많이 일반화되어 있어서인지 6개월 정도 현지 학교에서 실시하는 영어캠프에 참여 시킨 뒤 아이의 적응도를 따져보고 1년, 그 이상의 기간을 고려해보는 경우도 많아졌어요. 비용면에서는 조금더 들지 몰라도 여러 가지 위험성을 감수하고 유학을 바로 보내는 것보다는 조금 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진수정(이하 진) : 아 빠가 회사 일로 외국에 나가는 경우 가족이 함께 떠나거나, 엄마 혼자 공부하러 가면서 아이를 동반하는 경우, 친척 중에 외국에 나가는 사람이 있을 때 그 편에 아이를 딸려 보내는 경우가 많이 늘어 났어요. 기회가 됐을 때 어떻게 든 아이를 외국에 보내려고 하는 부모들의 열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든든한 보호자가 함께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기회입니까. 아이들만 보내는 단독유학보다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우먼센스 : 조기유학은 아무래도 아이들보다는 부모의 의지 때문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요?
윤 : 대부분 그래요.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들이 지나치게 조기유학에 대한 기대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면 아이가 한국에서 공부를 굉장히 못하는데 외국에 나가면 공부를 잘할 거라고 생각하죠. 우리 아이는 특별한데,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잘못되어 있고, 주변의 환경이 안 좋기 때문에 공부를 못한다는 식이에요. 아이가 영어만 되면 더 잘될 거라 생각하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사실 한국에서 공부 잘하는 애들이 나가도 잘하고, 한국에서 문제가 있는 애들은 나가도 어떻게 든 문제가 생기거든요.
박정원 : 부모의 등쌀에 밀려 나가는 아이는 실패할 경우가 더 많고. 스스로 보내달라고 해서 나가는 경우는 성공하는 확률이 높죠. 결국 부모의 의지보다는 아이의 의지에 따라 조기유학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봐야죠. 한국에서 중간 정도 하는 애들, 열심히 해도 성적이 잘 안 나오는 애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유학을 추천해요. 가면 성공할 확률이 높거든요. 왜냐하면 중간 정도 하는 애들이 정말 머리가 안 좋거나 노력을 안 해서 그런 게 아니거든요. 한국에서는 너도나도 다 학원 다니고, 열심히 하니까 성적 올리기가 쉽지 않지만 나가서는 여기서 하는 것처럼 하면 큰 성과를 얻을 수가 있어요. 그런 경우 아이들은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게 되죠. 일단 자신감이 생기면 공부하는데 굉장히 탄력을 받더라구요.
윤 : 조기유학의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가령 "영어 하나만 배워와도 성공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보내는 경우냐, 아니 면 하버드 대학 같은 명문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공부 잘해서 유명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하는 것으로 목표를 삼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거예요.
박정원 : 그건 그래요. 저는 얼마 전에 유치원생 하나를 캐나다로 보낸 적이 있는데 사실 조금 염려스러웠어요. 미취학 아동의 경우 아직 어리기 때문에 현지 적응능력이 무척 빨라요. 때문에 영어도 빨리 배우고, 인종차별도 모르고, 쉽게 친구를 사귄다는 장점이 있죠. 적응이 빠르다 보니 한국말과 한국생활은 금방 잊어버려요.
계속 그곳에서 살면서 학교를 다닐 거라면 문제가 안 되는데 그 아이의 경우3~4년 뒤엔 한국에 들어온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이미 한국어도 잘 모르고, 한국 친구도 없고, 한국문화도 모르는데 그 아이가 한국생활에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지 않겠어요?
진 : 그건 저도 같은 생각이예요. 조기유학을 보낼 때는 그곳에서 아예 대학교육까지 마치게 할 건지, 아니면 중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할 건지를 확실하게 정해놓는 것이 좋아요.
박정원 : 중간에 몇 년 갔다가 다시 오는 것을 생각한다면 초등학교 4~5학년이 좋은 것 같고, 만약 그곳에서 대학까지 마칠 생각이라면 중학교 2~3학년 이후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너무 일찍 어린 나이에 가면 목표의식이 없어요. 사실 그곳에서는 시험도 안 보고 공부도 쉽거든요. 우리나라처럼 치열하게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적응은 잘할지 몰라도 성적은 기대만큼 잘 안 나와요.
윤 : 어학능력 발달로만 보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가 좋아요. 한국어와 충돌 없이 영어를 배울 수 있어 자연스럽게 2개 국어가 가능해지거든요. 하지만 아이의 단독유학으로는 조금 어리지 않나 싶어요. 물론 보호자가 동반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시기이지만요.
박정원 : 미국의 경우 중3 때부터 기숙사 입소가 가능한 학교가 많아요. 중3 때 가면 이미 경쟁에선 늦으니까 단독유학은 중1 때부터 미리 가서 공부하다가 중3 때 전학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진 : 아이 혼자 가는 유학을 생각한다면 사춘기를 겪은 후에 보내는 게 현지적응 면에서는 좋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사춘기 때는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가 아니니까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돌발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요. 특히 반항적인 성향이 강한 아이들은 이 시기에 유학을 보내는 것은 심각하게 고려하시는 게 좋아요.
윤 : 어떻든 중간에 단기유학을 갔다가 귀국해서 다시 학업에 복귀하는 경우 저학년 아이들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고학년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나 진도, 입시에 대한 부담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아요. 끝까지 적응을 못하면 결국 조기유학 실패 사례가 되는 거죠.
우먼센스 : 시기도 중요하지만 유학을 떠난 이후 아이들과 부모의 태도도 중요할 것 같아요.
박정원 : 물론입니다. 외국의 학교들이 굉장히 자유로워 보이지만 사실 학내규칙이 굉장히 엄격한 곳이 많아요. 한국의 학교에서 하듯 느슨하게 생활했다간 큰 코 다치죠. 적어도 학내규율만큼은 반드시 따르도록 해야 돼요. 실제로 학교규율을 지키지 않아 퇴학 당한 사례도 있었어요.
또 영어를 빨리 배우려면 현지 학생들하고 운동을 같이 하는 게 좋아요. 땀 흘리고 어울리다 보면 빨리 친해지거든요. 방과후 시간도 잘 활용해야 해요. 어떤 애들은 공부만 열심히 하겠다고 집과 학교만 왔다갔다하는데 그것 보다는 클럽활동을 통해 다른 것들도 즐기고, 놀 줄도 알아야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윤 : 그런데 아이들은 어떻게 든 적응을 해요. 문제는 함께 간 부모님인 경우도 많아요.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러 갔다가 본인이 적응을 못해서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보호자가 느긋하고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불안해 해요. 아이들을 너무 옭아매지 말고 자신의 생활을 찾는 것도 아주 중요하죠.
진 : 사실 함께 따라갈 수 있는 부모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에요. 문제는 한국에 남아서 아이들 걱정을 하고 있는 부모죠. 아이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 잘 적응을 하고 자기의 생활이 생겨요. 그걸 이해 못하고 수시로 전화해서 묻고 체크하면 아이들이 불만을 가지게 돼요.
윤 : 때문에 단독유학을 보낼 때는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야 해요. 외국은 대마초나, 알코올, 마약 등 유해환경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부작용을 미리 체크해서 자꾸 정신교육을 시켜야 해요. 정기적으로 돌봐줄 친척이나 지인이 있는 경우는 그분들을 통해서 꾸준히 아이들을 관리하는 것이 좋아요. 아이들에게는 직접적인 부담이나 자극을 주는 말이나 행동은 삼가는 게 좋고요.
우먼센스 : 얘기를 들어보니 조기유학을 단순히 쉽게 생각할 게 아니군요. 한 아이의 인생이 달린 복잡한 문제네요.
윤 : 네, 그렇죠. 그래서 준비부터 철저히 하셔야 돼요. 귀찮고 힘들다고 고작 한두 군데 유학원에 가서 설명 듣고 급하게 결정할 일은 절대 아닌 거죠. 되도록 많은 정보를 얻는 게 좋아요. 가급적 많이 다니면서 발품을 팔아야 해요. 사실 유학원의 업무라는 게 겉으로 보기엔 단순하고 여기나 저기나 기술적인 차이도 다 비슷해 보이지만, 이런 점을 잘못 아는 어떤 부모님들은 상담만 하고 혼자 수속을 진행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어요. 국가별 제도와 학교별 특징 등의 다양한 조건과 상황은 간과하시는 거죠.
박정원 : 다 른 건 몰라도 수속에 어떤 문제가 생겨서 뒤늦게 유학원을 찾아오면 참 골치 아파요. 그중에 비자문제는 한 번 꼬이면 발급 받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잘 풀어가야 하거든요. 또 꼭 알아야 할 것은 유학수속을 하면 당연히 비자가 나올 줄 알고 미리 "이제 아이를 학교에 안 보내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대사관에서 비자가 나올 때까지는 절대 학교를 그만둬선 안 돼요. 어떤 학부모의 경우는 '중학교 끝났으니까' 하고는 고등학교 입학을 시키지 않는 거예요. 그러다 비자가 거절되면 정말 낭패를 당하거든요, 비자신청 후 비자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미리 학교를 그만두면 정말 안 된답니다.
진 : 학부모들이 간과하는 경우가 바로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인데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 조기유학만큼은 그런 생각이나 태도를 버리셔야 할 것 같아요.
우먼센스 : 전문가들의 말을 들으니까 많이 알아서 나쁠 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다른 건 몰라도 조기유학에 관해서 만큼은 부모님들이 제대로 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성공적인 유학을 시킬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자녀의 의지보다 너무 앞서는 부모의 교육열은 자칫 낭패를 볼 수 있고,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배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