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조기유학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다.
'입시지옥'이라 불리는 획일화 된 한국 교육이 싫어서, 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교육비 때문에, 혹은 영어를 좀 더 확실하게 배우도록 하기 위해 무작정 아이들을 외국으로 내보내게 된 것이 그 이유가 됐다.
때마침 고홍주 예일대 법대 학장 일가의 성공스토리를 비롯 하버드 출신 홍정욱씨의 미국 조기유학 경험을 담은 책 '7막 7장' 등이 조기유학에 대한 열기를 더욱 지폈다.
이후 외국어고 등 특목고에 국제반이 생기면서 그곳을 통한 조기유학 성공담이 신문 지상을 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미국 10개 명문대학에 동시 합격한 박원희 양(민사고 출신.하버드대)의 경우다.
박양은 민족사관고를 2년만에 수석 졸업했으며 하버드.프린스턴.스탠포드.코넬 등 미국의 명문 10개 대학으로부터 잇달아 합격장을 받았다. 박양은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민사고 국제반에서 5.0 만점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보인 것을 비롯 AP(Advanced Placement) 11개 과목에서도 모두 5점 만점을 맞았다. 비슷한 시기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하버드에 합격한 금나나 양도 화제를 모았다.
당시 10대 자녀를 둔 엄마들은 박 양과 금 양의 소식에 찬사와 부러움을 나타냈다. 그리고 자녀교육 목표를 '해외 대학 도전'으로 궤도수정을 하게 됐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사교육의 기형적인 비대화에 맞물려 한국의 조기유학 관심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아예 필수코스가 돼 버렸다.
따라서 유학생들의 연령도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90년대만 해도 조기유학생은 대부분 중고생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는 중학생 비율이 고등학생보다 커졌고 지금은 초등생 비율이 40% 이상에 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교육계 일각에서는 사리 분별력이 없는 어린 아이들까지도 부모와 생이별을 하면서 무차별적으로 외국행 비행기를 타는 세태가 과연 '인성교육'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하는 자성론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