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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그리고 불합격

글쓴이 글로벌특례 등록일 14-07-17 21:14
조회 1,068
    한국 외대가 갑작스럽게 1차 합격자 발표를 했다.


    아무리 국영 달랑 객관식 두과목을 치른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시험본 지

    이틀만에 속전속결하는지...

    대학이 언제 발표하든 어떤 변화가 있겠는가만은 그것마저도 불평불만하는 것 자체가,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입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죽어라 열심히 가르쳤어도 선생은 언제나 초조하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합격자 발표날은 신경이 곤두선다.

    괜히 지나가는 놈 발로 툭 차고 이리저리 훑어보고 트집을 잡는다.

    한외대는 5배수를 뽑는데 이게 일괄 약 150등을 뚝 잘라서 1차 합격 발표를 하는게 아니라

    학부별 5배수를 뽑는 듯하다.

    만약에 뚝 잘라 5배수면 소위 가장 쎈 학과 지원인 영어과나 서양어과 등등

    외국어 관련 학과 지망생들이 5배수를 거의 독차지할 게다.

    그러면 아마도 여타 학과는 재외국민 정원 자체를 선발하기 어려움에 처할 터이기 때문에

    멍청한 한외대 입학관리처라도 그렇게 1차 합격자를 가려내지는 않을게 명백.

    결국 쎈 놈만 붙는게 아니라 잘 가려서 넣은 나름 좀 하는 넘들만 붙게 되는 게다.




    글로벌 학원은 외대에서 지원자 중 65%가 합격을 했다.

    학원의 싸~ 해진 분위기는 합격자 65%가 아니라 떨어진 35%의 아이들 때문.

    누구나 대놓고 기뻐하지 못하고 축하 인사를 건네지 못하는 것.

    35%의 아이들 중에서도 특히 이해 안 되는 네댓명의 시선은 그 아이 만큼 주변의 아이들도 견디기 힘든 일이다.




    집에서 울고 있는 놈.

    학원의 압박감에 견디지 못하고 도망간 놈.

    그래도 남아 자습실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책을 보는 놈.




    컴퓨터로 합격여부 확인하면서 자신의 이름이 없다는 것을 듣는 순간, 나는 안다 그 마음을.

    가슴이 지멋대로 갑자기 '툭'하고 떨어져 나가는 느낌.

    '낙담'은 그래서 나온 말일게다.

    순간 '멍'하고 넋놓고 있는 몇 초는 이 아이들이 겪는 난생처음의 '낙담'이다.




    그리고 떨어져 나간 가슴을 주워 담을 틈도 없이

    자기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수많은 상념들.

    자리를 털고 일어섰을 때 비로소 이 아이들은 '불합격이라는 현실'을 인식하게 된다.

    밖에 나가서야 비로소 눈물이 터지고,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가 안 되고,

    뭐가 잘못 됐는지 믿기지 않아서 당황하고,

    마지막에는 '억울함'을 느낀다.




    하지만 합격과 불합격에는 불행하게도 그리고 냉정하게도 '원인'이 있다.

    내가 자는 동안 깨어 있는 아이들이 있었고,

    내가 조는 동안 집중하는 경쟁자가 있었고,

    내가 흔들릴 동안 이 악물고 부릅뜬 옆자리 친구가 있었고,

    내가 팔랑대며 가벼워졌을 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수험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어진 결과에 억울해 하고 슬퍼하는 것은 그나마 큰 '희망'이다.

    왜냐하면 그만큼 했기 때문에 결과에 좌절하는 것이며,

    그만큼 합격을 열망했기에 절망하는 것이며

    그만큼 남보다 잘 했기 때문에 용납이 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예 공부에 손 놓고 스스로의 부족을 알고 있는 아이라면 불합격도

    불가항력으로 수용하는 법.

    결국 이번의 불합격은 다음의 합격을 위한 '정신차림'의 계기가 된다.




    선생은 사실 합격엔 전혀 관심이 없다.

    눈에 밟히는 것은 지금쯤 어느 구석에 스스로를 몰아서 슬픔을 키우는 이 아이들이다.

    학원이라서 어쩔 수 없이 합격자 명단을 쓰기는 하지만,

    그 행간 사이에 써 넣고 싶은 이 아이들의 이름을 나는 절실하게 그리워한다.




    차가운 모딜리아니의 회화처럼 휭 하니 학원문을 나서는 그 아이의 꽉 쥔 손.

    국문학을 하고 싶다는 이놈은 학원에 남아서 공부를 하고 있다.

    정말 그 맘은 어떠하랴...

    횡단보도 깜박이는 파란불에 뛰어 건너던 이애는

    이 차가운 현실을 뛰어 건너고 싶었을게다.




    이런 저런 상념에 퇴근하지 못한 채 11시 훌쩍 넘어 반 쯤 불 끈 채 학원에 남아 있었다.

    그때 불쑥 한 놈이 나타났다.

    1년 동안 내 삶의 일부분이자 학원의 일부분인 애다.

    착하다 못해 애처로운 이애는 아마도 어딘가에서 멍 때리다 궁상에 지쳐 들렀을 터.

    나는 이애와 이 한 밤에 데이트를 결심했다.




    차 몰고 그럴 듯한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치킨 한마리 사고,

    콜라 두 캔에,

    한강으로 갔다.




    위로가 위로로 들릴 때 아이는 비로소 힘을 얻는다.

    격려가 격려로 들릴 때 아이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게다.




    집까지 태워다 주고 돌아오면서 앞으로 있을 더 많은 고통을 짐작해 본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 아이들의 인생 속에서 더 큰 성장을 이끌어낼 것이라 확신한다.

    가슴이 툭 떨어지는 낙담과 아픔을 겪는 것은 그래서 고마운 행복이다.

    비록 지금은 떨어졌어도 나머지 5번의 기회에서 결국 합격할 것을

    나는 믿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가 합격이라면 불합격은 그래서 소중한 경험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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