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결산이고 나발이고 빈 살만 인수 어떻게 되는 거냐고~"란 생각과 함께 들어오신 여러분을 위해 거두절미하고 올 시즌 뉴캐슬의 인수 사가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실제로 올 시즌 뉴캐슬을 둘러싼 가장 파급력이 있던 이슈는 단연 인수 이슈였으며 올 시즌 뉴캐슬을 논함에 있어 인수 이슈를 배제할 수 없다는 데에 저 역시 동감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함에 있어 최대한 핵심적인 내용만 담으려고 하되, 독자로 하여금 어느 정도의 개연성은 확보할 수 있어야 하기에 필자의 주관에 따른 생략과 비약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재 뉴캐슬의 구단주는 이전과 똑같이 마이크 애슐리입니다.
마이크 애슐리가 구단을 매각할 거라는 얘기는 근 10년간 있어 왔던 얘기이고 구단 매각 의사를 공식화한 건 몇 년이 지나지 않은, 비교적 최근입니다.
(뉴캐슬 인수를 시도했던 아만다 스테이블리와 피터 캐년)
그간 인수를 위한 많은 공식·비공식적인 접촉이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번번이 결렬됐고 그 과정을 보던 뉴캐슬 팬들은 점차 인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갔습니다.
그러던 중에 올 시즌 초반부터 급작스레 사우디의 뉴캐슬 인수에 대한 링크가 나오더니 올해 3월엔 애슐리와 원매자 간의 실질적인 합의가 이뤄진 계약서가 공개되면서 소문만 무성하던 이 딜의 실체가 드러납니다.
뉴캐슬을 인수하려는 원매자는 이미 이전에 컨소시엄을 통해 뉴캐슬의 인수를 시도했던 아만다 스테이블리라는 사업가이며, 그녀가 새로운 컨소시엄을 이끌고 뉴캐슬 인수에 재도전한 것이고, 그 컨소시엄의 자금은 영국의 3대 부호로 손 꼽히는 루벤 브라더스와 사우디의 국영 펀드인 PIF의 투자를 통해 마련된 것이 확인됩니다.
또한 뉴캐슬의 인수가 이뤄질 경우 아만다 스테이블리와 루벤 브라더스가 각각 뉴캐슬의 지분 10%씩을 소유하게 되며 나머지 80%는 PIF가 소유하게 된다는 구체적인 차후 지배 구조까지 보도되게 되죠.
그리고 애슐리와 스테이블리의 컨소시엄 간의 협상은 완전히 완료됐으며 절차적으로 인수에 대한 PL의 승인만을 받아내면 되는 게 현재의 인수 상황입니다.
하지만 속전속결로 진행되던 이 인수 절차는 이 단계에서 4개월째 표류 중이며 최근 들어서 언론을 통해 부정론이 강하게 확산되는 중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
이 부분에 대해서 항간에 사소한 오해가 있는 거 같아 비교적 디테일한 설명을 필요하다 사료되며 이로 인해 글이 다소 장황해질 수 있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우선 뉴캐슬의 인수를 추진하는 컨소시엄의 최대 쩐주인 PIF의 실권자, 모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도덕적 문제가 있습니다.
맨시티를 인수한 셰이크 만수르 구단주와는 달리 현재의 빈 살만은 국가의 실권을 쥐고 있는 인물로서 현재 사우디 내에서 벌어지는 인권 탄압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또한 그에겐 역린과도 같은 흑역사가 존재하는데 흔히들 '사우디 기자 암살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는 바로 그 사건입니다.
(자말 카슈끄지의 생전 모습)
간단하게 개요를 말하자면 사우디의 반정부 기자로 유명한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내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당한 사건을 말합니다.
사우디는 본인들의 직접적인 개입을 부정했으나 정황상 사우디의 개입이 있었다는 게 항간의 인식인 게 사실이죠.
이 사건으로 인해 사우디는 국제 사회에서 크게 곤욕을 치렀으며 심대한 국가 이미지 손상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PL과 뉴캐슬 팬에게 사우디의 인수 저지를 호소하는 공개 서신을 보낸 자말 카슈끄지의 약혼자)
이 문제에 근거하여 영국 국내외 각계 인사와 인권 단체들은 사우디에 대한 비판 여론을 형성하며 PL을 압박하기 시작합니다.
미디어에 나가 공개 발언을 하는가 하면 PL에 직접 공개 서신을 보내는 식으로 말이죠.
실제로 PL의 인수 승인 절차엔 잠재적 구단주에 대한 검증 절차도 수반되는데요.
사례가 많진 않지만 원매자에게 심대한 전과 기록이 있어 구단 인수가 차단된 전례도 있었다고 합니다.
PL은 이 문제에 대해 원론적인 답변과 답신을 고수하고 있지만 내심 부담이 됨은 분명할 겁니다.
하지만 일련의 보도들을 통해 확인된 내용을 보면 이 이슈를 근거로 PL이 뉴캐슬의 인수를 막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합니다.
사법 기관을 통해 사우디의 개입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판례가 없는데 일개 축구 사무국인 PL이 독자적으로 사우디의 인권 탄압이나 기자 암살을 공식화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뭐가 문제인 건데?"
저를 비롯한 이 이슈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인수의 최대 걸림돌은 바로 사우디의 불법 중계 문제입니다.
이 이슈를 이해함에 있어 우선 사우디와 카타르의 외교 관계를 인지할 필요가 있는데 필자인 저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선 문외한인 터라 간략히만 설명하겠습니다.
사우디는 이슬람교 중에서도 최대 분파로 분류되는 수니파가 주류를 이룬 국가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 같은 수니파 국가인 카타르가 대척점에 있는 시아파 무장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정황이 발견됐고 사우디가 이를 계기고 카타르와의 단교를 선언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후 사우디는 수니파 국가들을 동원해 카타르를 전방위 압박하기 시작하면서 양국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습니다.
카타르는 진작에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며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선점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그 중심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포츠 방송사인 BeIN 스포츠가 있었습니다.
PSG의 단장인 알 켈라이피가 회장으로 있으며 카타르 도하에 본사를 둔 BeIN 스포츠는 중동에 대한 메이저 대회 중계권을 독점하다시피 했고 현재 PL이 매년 얻는 중계권 수익 중 20%가 이 BeIN 스포츠를 통해 발생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우디와 카타르 간의 관계가 틀어지며 BeIN 스포츠에게도 불똥이 튀게 되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사우디의 불법 중계가 이뤄집니다.
바로 사우디에 BeIN 스포츠의 중계를 해적 송출하는 유료 채널이 생긴 것인데 그 이름은 BeoutQ
단박에 카타르를 저격하고 있단 것을 직감할 수 있는 이 방송사는 수니파 국가들 전반에 서비스되며 BeIN 스포츠의 대체재로 부상하게 됩니다.
카타르는 즉각 이 행위를 심대한 재산권 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국제 사회에 이 배후에 사우디 정부가 있음을 주장했으며 사우디는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후에 여러 차례 국제 사회의 조사 시도가 있을 때마다 빈번히 사우디는 비협조적인 태도를 고수합니다.
문제는 이 행위로 인한 피해가 비단 중계를 강탈 당하는 BeIN 스포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BeIN 스포츠로 중계되는 전 세계의 모든 메이저 대회로 확대된다는 것.
이 이슈가 공론화된 이후 PL은 BeIN 스포츠의 편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사우디를 규탄하는 제스처를 가져간 대회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후 진행된 FIFA의 자체 조사에서 BeoutQ는 사우디 정부 위성의 주파수를 이용하고 있으며, BeoutQ의 지분 중 30% 이상을 사우디 정부가 소유하고 있음이 밝혀집니다.
여전히 사우디는 이 일련의 모든 의혹들을 부정하고 있지만 국제 사회의 반응은 냉담했고 최근엔 WTO가 이 이슈를 통해 사우디를 비판하는 공식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앞서 말한 인권 이슈와는 다르게 이 이슈가 실질적인 걸림돌로 판단되는 이유입니다.
(뉴캐슬 인수의 키를 쥐고 있는 PL의 CEO, 리차드 마스터스)
스포츠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지니고 있고, PL이 피해 당사자인 입장이며, 현 인수 국면에서 반대 의사를 철저히 하고 있는 BeIN 스포츠는 PL의 중요한 비즈니스 파트너인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이 역시도 인수를 막을 수 있는 법리적 근거가 될 수 있냐는 부분에 대해선 의문이 남습니다.
PL이 사우디의 개입을 공식화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지, 만약 사우디의 개입을 입증한다고 한들 사우디 정부와 PIF 혹은 아만다 스테이블리 컨소시엄을 법리적으로 결부시킬 수 있는지의 문제가 남아있죠.
여러 추측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PL은 아무런 입장 발표 없이 4개월째 인수 승인을 지체하고 있고 일각에선 사우디를 의식해 PL이 직접적인 인수 차단을 회피한 채 인수를 표류시키고 아만다 스테이블리의 컨소시엄이 자진해서 인수를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게 아니냔 추측 또한 나오는 중입니다.
(뉴캐슬 인수에 뛰어들었다는 미국 사업가, 헨리 마우리스)
한편, 인수가 지지부진해진 틈을 노려 미국의 한 미디어 사업가가 뉴캐슬 입찰을 시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만약 아만다 스테이블리가 뉴캐슬 인수에 실패할 경우 뉴캐슬은 이 미국 자본에 넘어갈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저 오매불망 애슐리 아웃만을 숙원 하는 뉴캐슬 팬들은 이전의 인수 결렬 사례들을 상기하며 다시금 무력감과 불안감에 휩싸이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팬들의 불안 기류보다 더 염려되는 건 반쪽짜리가 돼 버린 팀의 상황입니다.
진작에 마음 떠나고 이젠 몸 떠날 준비하고 있는 구단주와 그 구단주의 사람들로 채워진 보드진이 얼마나 진취적인 마인드와 플랜을 가지고 구단을 운영할 수 있을까요?
혹여나 인수가 이뤄지면 뉴캐슬에서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어지는 선수들과 감독을 포함한 스태프들은 오죽할까 싶습니다.
만약 이대로 다음 시즌을 맞다간 그땐 진짜로 팀이 강등될 수 있겠단 걱정이 드는 건 팬들의 입장에서 당연한 순리일 겁니다.
몇 개월 전, 빈 살만의 뉴캐슬 입성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하던 때에 음바페를 영입하느니 마느니 하던 조크는 이젠 더 이상 팬들의 입에 우스갯소리로도 오르내리지 않게 됐습니다.
모두가 그저 PL이 하루 빨리 확실하게 답해주기만을 바라고 있죠.
워낙 다사다난한 시즌이었던지라 결산글 1부에선 불가피하게 축구 외적인 부분만을 다루게 됐습니다.
2부에선 기상천외했던 올 시즌 뉴캐슬의 축구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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