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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인 학생들의 대입 결과, ‘갈수록 힘겹다’

글쓴이 코포에듀 등록일 10-04-15 11:42
조회 6,258

     올해 대학 입학 결과는 그 어느 해보다 더 치열했던 만큼 기쁜 소식보다는 허탈한 소식이 더 많은 해인 것 같다. 사실 지난 해에는 내 아이가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 선정에서 불이익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였는지 미국 대학들에 대해 ‘역시 수년간 이 일만 해온 전문가들이라 그런지 인재를 알아본다니까’ 그런 마음으로 감탄마저 했었는데 올해 기라성 같은 한인 학생들의 불합격 소식을 들으며 아시안 학생이라 차별 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까지 들어 합격 발표 후 하루 이틀은 평정심을 잃고 있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도 올해처럼 동일한 아픔과 상심을 가졌을 학생들과 부모님의 마음을 전심으로 이해하고 동참해 주지 못했던 나의 무지에 대해 회개할 시간을 갖게 됐다.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사람의 일이라 실수도 하는구나’ 는 생각도 해보고 ‘우수한 한국 학생들을 몰라보고 그런 학생들을 놓친 대학이 오히려 손해를 본 거고, 그들을 알아봐준 대학들이 횡재한 거야’라고 위안도 해본다. 그러면서 사람과 달리 결코 실수하지 않으시는 ‘그 분’께서 각 사람에게 가장 좋은 길을 예비해 놓으셨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져본다.


     




    첫째가 대학 입학 전 5년 동안 수석 악장으로 활동했던 포트워스 유스 오케스트라 1년 후배들인 3명의 백인 학생들이 올해 이례적으로 대거 하버드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백인 학생들의 약진에 놀라고 있다. 주로 시립 유스 오케스트라의 1st chair는 아시안 학생들이 차지하는데 올해 포트워스 유스 오케스트라는 수석 악장과 첼로 악장이 모두 큰 아이의 백인 친구들로, 이번에 다 하버드에 합격한 것이다. 또 한 명의 하버드 합격생도 9학년 때부터 1st 바이올린에서 3번째 chair에 앉을 정도로 바이올린을 잘하는 백인 친구다. 이들 3명 모두 올스테이트나 내셔널에서 수상한 음악이 뛰어난 학생들이다.





    내셔널 대회에서 피아노와 작곡 분야에서 우승을 한 바 있는 수석 악장 백인 친구는 9학년 때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이곳 사우스웨스턴 침례대학원 교수로 온 아버지를 따라 와서 홈스쿨을 하며 이번에 하버드와 뉴잉글랜드 음대에 모두 합격해 대학에서도 공부와 음악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한다.





    예일대 조기전형에서 미리 합격 통지서를 받아 놓고 이번에 하버드와 프린스턴 대학에서 동시에 합격 통지서를 받은 첼로 악장은 사립학교를 다니면서도 4년 내내 공립학교 올스테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 멤버였던 학생이다. 학교 성적과 SAT 성적이 탑임은 말할 것도 없고 과학에도 관심이 있어 SSP 섬머 프로그램을 다녀왔고, 학교 운동부 Varsity 주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팔방미인’ 백인 학생이다.

    다른 한 학생은 공립학교 출신으로 9학년 때부터 올 스테이트 멤버일 정도로 바이올린을 잘하면서 학업에서도 탑을 하는 학생이라고 들었다. 이들 3명 모두 하버드 대학으로 가기로 결정했다고 들었다.





    수석 악장이나 첼로 악장인 학생들 어머니들은 나도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냈는데 아이들에게 올인한 그 정성과 열심은 나같이 게으른 사람은 따라 갈 수도 없을 정도였다. 가끔씩 자녀 교육에 올인한 백인 부모들이 우리보다 더 정보력도 강하고 열심인 것에 놀랄 때가 있다. 그것도 이곳 텍사스에서.        


     




    아이비리그 대학 외에도 미국엔 동일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대학들이 너무도 많다. 아이비리그 대학의 인기가 높은 것은 동부로 가고 싶어하는 젊은 아이들의 성향도 한 몫하고 있다. 대부분 동부에 몰려 있는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한 시간 거리 안에 놀 것, 볼 것이 풍부하고 생동감과 활기가 넘치지만 또 다른 한편엔 막중한 학업량에 대한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아이비리그 대학을 위시한 명문대 학생들의 자살 소식을 들을 때마다 명문대를 선호하는 우리 부모들 가슴에 한차례 찬바람을 일으킨다. 무조건 명문대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내 아이가 학업의 스트레스와 타지 생활을 즐겨할 수 있는 성격의 아이인지 옆에 있을 때 부모도 지켜보면서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몇 차례에 걸쳐 ‘효율적인 미국 대학 입학 전략’ 세미나를 하면서 아이비리그 대학과 다른 명문대학들, 그리고 주립대학의 입학 전략이 달라야 함을 서두로 꺼내곤 했었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해가 갈수록 뛰어난 성적은 기본이고 그 외에도 또 다른 뛰어난 ‘hook’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자녀들이 아이비리그 대학에 꼭 가기를 원한다면 일찍부터 그 ‘hook’을 찾아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일찌감치부터 학업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다른 명문 대학들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그동안 내 대학 입학 세미나의 주 대상은 고등학생들이나 학부모였지만 사실 고등학교 학생들의 방향은 어느 정도 나와있다고 보는 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특히나 아이비리그 대학들 중 그것도 ‘탑 3’를 겨냥한다면 가장 효율적인 아이비리그 대학 전략은 초등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할 때 이뤄질 것이다.





    그래서 아이비리그 대학들에 한정 짓지 말고 아이비리그 대학이 아닌 20위권 안에 드는 명문 대학들이나 인문 대학(Liberal Arts)들로 눈을 돌리는 것이 더욱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경제적인 여건이나 아이가 소질이 있어 어려서부터 백인들이 하는 스포츠에 눈을 돌린다면 아이비리그 탑 스쿨 입성은 따놓은 티켓이겠지만 그만한 여력을 갖추기도 어려울테니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보자는 얘기다.


     

    이제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웬만큼 뛰어난 아시안 학생들에 대해선 불감증에 걸린 것처럼 감동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아시안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다. 더구나 마이너리티로 이 땅에서 살아 남으려면 백인 학생들과 같아서는 눈에 띄지도 않는다. 그래도 아직 아이비리그 대학들을 제외한 명문대학들은 학업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에 대해선 욕심을 내니 우리 아이들이 실력자가 되는 수 밖에 없다.

    이는 대학 입학에서만이 아니라 취업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즉, 실리적이고 지혜로울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규모가 큰 대학에 가서 ‘lost’ 되는 것보다 연구 중심에 교수와 학생들의 관계가 밀접한, 그리고 무엇보다 대학 졸업 후의 진학이나 사회진출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준비를 시켜줄 수 있는 대학들에 눈을 돌리는 것도 현명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많은 보딩 스쿨이나 사립학교들에서 강조하는 것도 그런 대학들의 진학이다.

    아시안 학생들은 아이비리그 대학들을 선호하나 현실은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률이 가장 좋다는 명문 보딩스쿨이나 사립 학교에서 한인 학생들의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률은 오히려 낮은 게 현실이다. 이는 명문 사립학교일수록 레거시(부모가 그 대학 출신)의 특혜나 운동이나 과외활동이 특출한 백인학생들이 많아 한인 학생들에겐 불리하다. 물론 대학 진학을 떠나 고등학교 때부터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축복일 것이다.

    이곳에서도 올해 한인 학생들의 인문 교양대학 합격이 많은 걸 보면서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문 리버럴 아츠로 유명한 윌리엄, 스와스모어, 엠허스트, 웨슬리 등도 아이비리그 못지않은 선택일 수 있다.    

    글 이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