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으로 보는 북한 사회" 제11편-가구도안[편집자주][시선의 확장]은 흔히 '북한 업계'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북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간 주목받지 못한 북한의 과학, 건축, 산업 디자인 관련 흥미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최희선 디자인 박사. (현)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겸임교수.© 뉴스1(서울=뉴스1) 최희선 디자인 박사/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겸임교수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경제가 어려운 시기, 뜻밖의 호황을 맞은 업계가 있다. 바로 홈 인테리어의 주연급인 '가구'업계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콕'시간이 증가하면서 집 꾸미기 열풍에 가구가 전 세계 소비자의 관심을 받았다. 2021년 역시 세계 가구시장은 작년 대비 18.9%라는 높은 연평균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Furniture Global Market Report 2021: COVID 19 Impact and Recovery to 2030) 한국 시장 역시 작년 대비 23%나 성장이 예상된다.(한국경제, 2021. 01. 10) 가구는 코로나19라는 '블랙 스완(Black Swan)' 상황에서 특이한 수혜 업종이 된 것이다. 북한 가구는 어떠했을까? 교역의 문이 더욱 굳게 닫힌 북측은 가구의 제조, 보급 상황이 좋지 않았으리라고 짐작한다. 비상방역체제에서도 북한 매체들은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가구공장과 건자재공장들의 기사들을 올리고 있다. 작년 하반기 북한 국영 매체인 조선의 오늘(2020. 9. 12)은 "선진과학기술을 도입하여 쓸모없이 버려지던 목재부산물로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대동강가구공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올해도 북한에서 가정용 가구들이 주목을 받는데, 살림살이 중 가구는 주민들의 물질생활 향상을 평가하는 북한 사회의 중요한 척도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호평받는 가구들을 생산하는 대동강가구공장 사진들 (조선의 오늘)© 뉴스1북한의 대표적인 가구생산기지로는 2016년 9월 김일성훈장을 수여 받은 대동강가구공장이 있다. 이 공장은 '평양국제가구 및 건재부문 과학기술전시회'를 비롯하여 상품 전람회들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현재도 수십여 종의 제품을 생산한다고 알려져 있다.2018년 '전국 가구 및 건구, 음향건재 부문 과학기술성과전람회'에 가구를 출품했던 기관의 목록을 보면, 대성산가구공장, 금릉무역회사, 모란건재수출품생산사업소, 인민봉사총국, 비품제작소와 릉라도지도국과 같은 각도 인민위원회 산하 공장, 기업소에서 가구들을 제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의 가구도안은 공업미술에 속한다. 『조선미술사 2』에서는 1963년 ≪가구 형태도안≫을 담당한 '김대일'이라는 도안가 이름이 기록되기 시작하였다. 과거 목공예들이 가구 형태와 생산을 담당한 적도 있었지만, 60년대 후반부터 가구의 공업생산 기지들이 본격적으로 갖추어 지면서 산업미술가들과 현장 목가공 전문기술자들이 새로운 가구 형태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1990년 전국 산업미술전람회 작품작. 김병렬의 ≪통일거리 살림집 방안 꾸림새도안- 가구, 조명기구≫(좌), ≪통일거리 살림집 방안 꾸림새도안- 타이루, 비닐레자≫(우)「조선예술」(1990. 8) © 뉴스1북한의 가구들은 시대에 따라 그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1990년대 초 산업미술전람회에서는 평양 살림집에 적합한 입식 가구와 인테리어 마감재 도안들이 다수 등장하였다. 특히 침실 가구, 경대, 전실(현관) 옷걸이가구, 욕실 가구 등 세련된 아파트 생활에 적합한 가구 도안들을 창작되었다. 당시 살림집 가구와 인테리어에 관심이 증가한 배경은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지휘하에 새로운 수도 건설구상에 따른 통일거리 살림집들이 건설되었기 때문이다. 21세기 초에는 북한에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콤퓨터 서재>가 전시회에 등장하였다.(조선예술년감 2001) 김정은 총비서 집권 이후에는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 살림집들이 대규모로 건설되면서 건축전공자들도 빌트인 시스템 가구처럼 과학적으로 생산·설치 가능한 가구들을 설계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 또한 지도자의 후대 사랑을 선전할 수 있는 새로운 어린이, 학생 가구 도안들도 좀 더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다.제14차 5.21 건축축전 출품작. 평양건축종합대학 최상범 작 ≪<우리생활-1> 소파 겸 침대설계≫(상), 남포도시설계연구소 김웅일 작 ≪랑만- 침실전용 가구설계≫(하) 사진 출처= 조선건축가동맹 중앙위원회 편, 『제14차 《5.21 건축축전》작품집』(2014)© 뉴스1북한의 가구디자인은 살림집 건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산업미술가들은 당의 주택공급 정책에 맞춰 도안창작에 참여하게 된다. 북한은 2021년부터 평양시에만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부터 해마다 1만 세대의 살림집 건설을 위한 연차별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측의 주택 공급과 더불어 많은 가구도안들이 산업미술계에서도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가구는 현대적 디자인과 제품의 질 제고를 위해 산업미술가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분야이다. 하지만 시장에 유입되는 해외 가구 판매 소식들도 과거 종종 들을 수 있었다. 남북관계가 핑크빛이었던 2018년 스웨덴의 가구 제조업체 IKEA의 조립가구 일부와 생활용품들이 광복지구상업중심 매대에 전시되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지금은 북한이 자국산 제품들을 생산하는 데 주력하기 때문에 상황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세계 가구 시장에서 아시아 태평양은 북미를 제치고 45%(2020년 기준)를 차지하는 가장 큰 지역이다. 코로나19와 북한을 둘러싼 국제관계가 호전되면, 세계적인 명제품, 명상품을 만들기를 염원하는 북측의 가구 브랜드들이 아시아 가구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sseol@news1.kr▶ 네이버 메인에서 [뉴스1] 구독하기!▶뉴스1&BBC 한글 뉴스 ▶터닝포인트 2021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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