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생은 특례로
"특례생은 특례로!"라는 구호는 몇 년 전 상해에서 열린 특례입시 설명회에서 서울의 1등 특례학원장이 힘주어 한 말이다. 그 때는 영어 특기자 전형이 중하위권 대학에까지 확대되면서 특례 지필고사 준비하지 않고서도 토플 성적만 좋으면 중대, 경희대, 건대 등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래서 국제학교에 다니는 많은 학생들이 소위 말하는 '영어로 대학가기'에 몰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 입시에서 상황은 확 바뀌었다. 교육당국이 사교육 줄이기 위한 정책으로 특기자 전형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2015학년도 입시부터 외국어 특기자 전형에서는 외국어 관련 전공에만 응시할 수 있다. 고로 토플 점수로만 중하위권 대학의 공대나 경영학과에 지원할 수 없게 되었다. 외국어 특기자 전형은 내년에는 더 축소될 전망이다. 중대가 이미 2016학년도 입시부터 외국어 특기자 전형을 폐지한다고 예고했다. 경희대는 올해 입시부터 특기자 전형을 실시하지 않는다. 이런 여파로 대치동학원가의 '영어로 대학가기' 전문 학원의 해외고교 출신 수강생들이 30% 정도 줄었다고 한다.
대신 중위권 특례지필고사 지원생들이 그만큼 늘어났다. 그 결과가 올 특례입시 원서 접수 결과 건대, 동대, 외대 경쟁률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단국대의 경우 작년 지원인원보다 두 배 늘어난 수가 올해 입시에 지원했다. 19일 시험을 동시에 치르는 홍대, 단대, 경기대, 세종대 지원자 총합은 작년의 838명에서 천명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세종대가 10일(목)에 원서접수를 마감하는 데도 지난 4일 네 개 대학 지원자 수가 846명을 넘었다. 물론 Ib나 AP를 우수한 성적으로 이수한 국제학교 졸업생들은 여전히 서류 전형으로 특례와 수시 전형으로 상위권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지필고사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고2 학생들은 이번 여름방학에 특례 지필고사 준비에 전력투구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잘못하면 특례와 수시 전형 모두에서 불합격의 쓴 맛을 맛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갈데가 없어요!
지난 7월 초에 2015학년도 재외국민 특별전형 지원상담을 하신 학부모 중 많은 분들이 한 말이다. 특히 중하위권 학부모들의 불평이 더 많았다. 지원할 대학은 6개 대학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합격 가능성이 없는 대학도 무조건 '질러볼 수'도 없기에 부모님의 답답함이 이해가 된다. 게다가 입시 기간이 짧아지면서 비슷한 대학의 전형일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져 수험생들의 선택권이 더 제한되었다. 2015학년도 입시에서 전형일이 중복되는 대표적인 날이 7월 17일과 19일이다. 17일(목) 오전 에는 건대와 숭실대가 동시에 시험을 실시하고 19일(토) 오전에는 홍대, 단대, 경기대, 세종대가 동시에 시험을 실시한다. 여섯개 대학에 지원하려고 하는 수험생들은 그 중 두 대학에만 지원할 수 있기에 학부모 입에서 지원할 대학이 없다는 푸념이 나오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단지 지원할 대학이 제한된다는 것보다 19일에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의 지원자 수가 작년보다 20%정도 증가했다는 점이다. 2014학년도 입시에서 네 대학에 지원한 수험생 총 수는 838명 이었는데 올 입시에서는 1023명으로 늘었다. 단대의 지원자 수는 작년 144명에서 297명으로 배이상 늘었다. 인문계에서 영어 시험만 실시하는 홍대, 세종대도 지원자가 많이 늘었다. 재수생을 포함한 특례 대상 수험생의 증가와 외국어 특기자 전형 축소로 인한 특례 지필고사 응시생 수의 증가가 그 원인일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단지 올해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내년에는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에 2016학년도 수험생과 학부모는 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