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전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제3지대 단일화 협상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신환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왼쪽부터)이 8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미디어데이에서 추첨에 따라 결정된 자신의 기호표를 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이 각축을 벌이는 여권과 달리,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야권 후보군은 좀더 복잡하게 나뉘어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중도층 공략을 위해 제3지대에 남은 후보들과, 제1야당 후보로 집권세력에 맞서겠다는 후보들 가운데 어느 쪽이 ‘범야권 대표주자’로 선택받을지 주목된다.양대리그로 나뉜 야권 단일화현재 야권에서 진행되는 후보 선출 과정은 제3지대와 국민의힘 두 축으로 나뉜다. 먼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은 제3지대 경선을 통해 3월1일까지 단일후보를 선출하기로 했다. 이들은 집권세력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야권 후보가 보궐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며 제3지대 단일화에 합의했지만,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거부했다. ‘국민의힘 후보’ 타이틀로는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오신환·오세훈·나경원·조은희 후보가 참여한 당내 경선이 한창이다. 모두 8명의 예비주자가 참여한 국민의힘 예비경선을 통과한 이들은 합동 토론회 등을 거쳐 3월4일 100% 여론조사로 최종 후보를 뽑는다. 이렇게 선출될 국민의힘 최종 후보는 사흘 앞서 정리되는 제3지대 단일후보와 보수 야권 최종 단일화에 나선다. 두 개의 ‘경선 리그’가 각각 벌어진 뒤, 승자들끼리 최종 결선을 치르는 2단계 단일화 트랙이다.양대리그, 흥행 대결에 신경전 한창중도층을 포함한 야권 지지층의 눈길을 끌어야 하는 이들은 힘겨루기에 한창이다. 저마다 자신이 포함된 리그가 야권 단일화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3일 제3지대 단일화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금태섭 전 의원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모든 범야권의 후보들이 함께 모여 1차 단일화를 이룰 것을 제안한다”며 “저희가 범야권 후보 단일화 예비경선 A조라면, 국민의힘은 예비경선 B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자들이 제3지대 단일화를 A조로 표현한 이유를 묻자 “야권 후보 적합도가 가장 앞서가는 제가 포함되어 있어 A리그라고 한 것”이라며 웃어보였다. 그러나 당내 경선의 흥행을 이끌어내야 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6일 <한국방송> ‘심야토론’에 출연해 “과거 우리나라 단일화 과정을 보면 큰 당에 뿌리를 가진 당의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는 것이 상례였다”며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못 내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종 단일화를 앞둔 기싸움인 셈이다.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이 제3지대 단일화 방식을 협상하기 위해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제3지대, 중도 확장력 강점현시점까지 여론은 제3지대에 머문 안철수 대표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흐름이다. <문화일보>가 엠브레인에 맡겨 지난 5∼6일 18살 이상 서울시민 8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46%포인트)를 보면, 박영선 전 장관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은 안 대표(안 대표 46.6%·박 전 장관 37.7%)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39.3% 대 42.3%로 오차범위 안에서 박 전 장관과 경합을 벌였고, 나경원 후보는 36.1% 대 43.1%로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이런 차이는 결국 중도 확장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여론조사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안 대표는 이념성향상 중도층에서 박 전 장관을 55.9% 대 27.9%로 크게 앞질렀다. 오세훈 후보는 중도층에서 43.0%를 얻어 박 전 장관(34.2%)에 앞섰지만 격차가 줄었고, 나경원 후보는 박 전 장관과 오차범위(40.1% 대 35.1) 내에서 맞붙었다. 안 대표는 무당층 비율이 높은 20대와 30대 연령층에서도 세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박 전 장관에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엠브레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도 집권세력에 불만을 가진 중도층과 여권 이탈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자신의 정치적 강점으로 내세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야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현시점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가 안철수 대표라는 것은 변화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야권 후보 경쟁력은 결국 어느 후보가 중도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지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조직과 세력 갖춘 국민의힘, ‘안철수 리스크’ 기다리나반면,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의힘 경선에 소속된 후보군의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정 운영의 방향성을 두고 견해가 다른 두 세력이 맞붙는 선거의 특성을 고려하면, 국회의원 3석의 작은 정당인 국민의당 소속인 안 대표의 한계가 또렷하다는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인물로 보면 현재로선 안철수 대표가 우위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당의 조직과 세력이 총동원되는 선거전 양상을 생각하면 최종 단일화 과정에는 팽팽한 백중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선거가 치열하게 전개될수록 나타나는 지지층 결집 효과로 중도층이 여당과 제1야당 지지로 나뉠 가능성도 있다. 김종인 위원장이 최종 단일화에 자신감을 거듭 내비치는 데는 이런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안 대표 특유의 신중함이 단일화 과정의 피로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제3지대 단일화의 ‘리스크 요인’이다. 실제 안 대표는 금태섭 전 의원이 제안한 제3지대 경선을 받아들였지만, 두 후보 간 토론의 시기와 내용 등을 두고 일주일 가까이 실무 협상을 이어가며 줄다리기했다. 금 전 의원 쪽은 설 연휴 이전에 토론을 시작해 3~4차례 토론을 통해 제3지대 단일화 과정의 주목도를 높이자고 제안했지만, 안 대표 쪽은 두차례 토론의 주제에 대해서만 합의한 뒤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인지도가 높은 안 대표로서는 단일화 과정의 불안 요소를 줄이고 싶겠지만, 지지부진한 협상 과정 탓에 제3지대 단일화의 흥행이 떨어질 수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제3지대 단일화 이후 3월 초부터는 국민의힘 후보와도 단일화 협상을 해야 한다. 지금부터 약 한달간 지지부진 협상만 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철수 피로도’가 증가할 수 있다”며 “시간은 안철수 대표의 편이 아닌 셈”이라고 말했다.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3자 구도 가능성 낮아…설 연휴 뒤 여론 쏠림 가능성”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 3자 구도가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권 심판론의 프레임이 강해 시간이 흐를수록 단일화에 대한 야권 지지층의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며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반드시 국민의힘 소속이 아니더라도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인물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3지대와 국민의힘, 두 축의 단일화 과정이 진행되면서 야권 지지층이 본선 경쟁력 있는 후보 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뜻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도 “설 연휴 뒤 여론 추이에 따라 야권 단일화의 물결이 한 쪽으로 확 쏠릴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최종 단일화 과정에서 여론조사 질문지를 어떻게 구성할지, 민주당 지지층을 제외할 것인지 등 세부 사항에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말했다.다만 지난한 과정을 거친 야권 단일화가 얼마만큼의 상승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홍형식 소장은 “왜 단일화를 해야 하는지 당위성과 비전을 두고 경쟁해야 시너지가 극대화되는데, 현재까지는 안철수 대표와 김종인 위원장이 자기 중심의 단일화를 주장하며 감정 대립하는 모양새만 노출됐다”며 “단일화의 에너지 자체가 많이 약화돼 이후에 그 불씨를 잘 살려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소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단절 여부가 단일화 시너지의 열쇠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30~40대를 중심으로 한 여권 우위의 유권자 구도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깨지지 않았다. 야권 단일화가 시너지를 내려면 갈 곳 없는 보수를 모두 흡수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분리된 이미지로 중도를 포섭할 수 있는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esc 기사 보기▶4.7 보궐선거 기사 보기[ⓒ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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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 - ‘여성 멸시’ 발언으로 사퇴하게 된 모리 요시로(83)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 AP 연합뉴스모리가 후임 지명한 가와부치는 스스로 고사‘여성 멸시’ 발언 파문을 일으킨 모리 요시로(83)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발언에 책임을 지고 12일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모리 회장은 이날 오후 도쿄에서 열린 조직위 이사·평의원 합동 간담회에서 “오늘로 회장직을 사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그는 “중요한 것은 올림픽을 제대로 7월에 개최하는 것”이라며 “그 준비에 내가 있는 것이 방해가 되면 안 된다”며 사퇴를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모리 회장은 “이번에 나의 부적절한 발언이 원인이 돼 큰 혼란을 초래했다. 이사 여러분, 평의원 여러분, 많은 분께 큰 폐를 끼쳐 정말로 죄송하다”며 사과했다.모리 “여성 많으면 회의 오래 걸려” 발언 논란 -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원회 회장. AP 연합뉴스모리 회장은 지난 3일 열린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여성 이사 증원 문제를 언급하면서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 “여성은 경쟁의식이 강하다. 누군가 한 사람이 손을 들고 말하면 자신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모두가 발언하게 된다”는 등의 발언으로 여성 멸시 논란이 제기됐다.이 같은 발언이 알려진 뒤 시대착오적이며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모리 회장은 다음 날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고 사죄했지만, 자원봉사자 수백명과 성화 봉송자 여러 명이 모리 회장의 발언을 이유로 사퇴하는 등 모리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국내외의 압박이 거셌다.모리 회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죄하면서도 회장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국내외에서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결국 사퇴하게 됐다.문제의 발언이 있고 나서 9일 만이다.멋대로 후임 지명해 ‘밀실인사’ 논란도…백지화 - 가와부치 사부로(84) 전 일본축구협회 회장. 로이터 연합뉴스그는 물러나면서도 절차를 건너뛴 채 사실상 후임자를 멋대로 지명해 ‘밀실인사’ 논란까지 불렀다.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모리 회장은 전날 사퇴 의사를 조직위 간부들에게 전달했고, 가와부치 사부로(84) 전 일본축구협회 회장을 만나 후임 조직위 회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가와부치 전 회장은 이를 수락하며 모리 회장에게 조직위 고문으로 남아달라고 요청했고, 모리 회장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와 관련,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혼란을 초래한 모리 본인에 의한 ‘밀실에서의 후계 지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조직위 정관에 따르면 회장의 선임·해직 권한을 가진 것은 이사회이며, 회장은 조직위 이사 중에 선임하게 돼 있다.현재 조직위 평의회 의장인 가와부치가 회장으로 선임되려면 우선 이사로 취임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절차도 없이 모리 회장의 ‘입맛’대로 후임자를 결정해버린 셈이다.이에 가와부치 전 회장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조직위 회장 취임 요청을 받아도 거절할 생각을 나타냈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NHK는 전했다.모리 회장에 의한 후임자 지명은 백지화된 셈이다.하시모토 올림픽담당상, 후임으로 거론 - 지난해 9월 11일 올림픽패럴림픽 담당상에 임명된 직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소감을 밝히는 하시모토 세이코.AP 자료사진 연합뉴스조직위는 모리 회장의 후임을 선정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장 교체를 위한 정식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모리 회장의 후임으로는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 담당상이 부상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하시모토 담당상은 이날 중위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자신이 조직위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보도는 알지 못한다”며 “조직위 합동 간담회에서 제대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하시모토 담당상은 스피드 스케이트와 사이클 선수 출신으로 동계올림픽에 4차례, 하계 올림픽에 2차례 출전한 바 있다.모리 발언에 침묵·옹호했던 정부·여당도 타격 -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니카이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AP 연합뉴스모리 회장이 국내외의 압박에 굴복해 사임하는 모양새가 되자, 일본 정부와 여당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모리 회장의 여성 멸시 발언에 많은 자민당 의원들이 침묵을 지키거나 심지어 옹호했다. 모리 회장은 총리를 역임했고 은퇴 후에도 정계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자민당의 실세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모리 회장이 조직위를 계속 이끄는 것을 지지한 뒤 도쿄올림픽 자원봉사자의 무더기 사퇴에 대해 새로 모집하면 된다는 취지로 발언해 또 다른 논란을 낳기도 했다.스가 요시히데 총리도 조직위가 독립행정법인이라는 점을 내세워 조직위의 문제라며 소극적으로 대응했다.일본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모리 회장의 발언 파문에 늑장 대응했다고 비판하고 있다.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네이버에서 서울신문 구독하기 클릭! ▶ 세상에 이런 일이 ▶ [연예계 뒷얘기] 클릭!ⓒ 서울신문(www.seoul.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