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무슨 해결책을 바란다기보다는 넋두리 한다는 생각으로 한번 올려봅니다. 저는 이성애자이지만, 그렇다고 절대로 포비아는 아닙니다.1
저는 미국 동부에 있는 한 대학에 다니고 있는 유학생입니다. 막 미국 친구들과 못 어울리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자랐던 터라, 유학생이나 교포 친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다행이, 유학생이 거의 없기로 소문난 저희 학교에 정말 친해지게 된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애가 워낙 다정하고 귀엽고, 키가 제 턱 끝까지 오는 애가 실실거리면서 친한 척 하는 게, 정말 동생 보는 기분이라서, 너무 좋았고, 걔가 영어가 좀 떨어지고, affirmative action (지역 균형선발. 주로 미국에서는 인종 및 지역에 따라 입학전형에 프리미엄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로 입학한 애라서 처음에 대학에서 다소 힘들어 했는데, 제가 그 때 도와주면서 확 친해졌어요.
그렇게 2학년으로 올라왔습니다. 애가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심적 문제가 없는 듯이 지내고 있었고, 평소랑 항상 똑같았기 때문에 저도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걔가 갑자기 어느 날, 술 한잔 하러 가자 그래서 저보고 대뜸 ‘나 남자가 좋은 것 같아’라고 하더군요. 워낙 저는 그런 거 편견 없고, 친구 사이에 성적 취향을 신경 쓸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구나. 숨기느라 힘들었겠다. 상관 없어.” 이러고 대화 끝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얘가 갑자기 저보고 “너랑은 친구를 못하겠다.”라고 하더군요.
물어봤어요, 그래서. 혹시 제가 좋은 건지, 아니면 그냥 이성애자인 남자들 자체를 피하고 싶은 건지, 궁금하다고. 그랬더니, 걔가 아마 후자 쪽일 것 같대요. 저는 이게 정말 이해가 안 가거든요. 그러니까, 얘가 그날 그런 소리를 하고 막 혼자 가버리니까, 그게 좀 황당해서 제가 아는 게이인 친구들에게 좀 조언을 구했습니다. 미국 대학들은 워낙 성적 소수자 복지 같은 데에 신경을 많이 써서, 학내 동성애자 인권연대 단체 같은 동아리가 없는 곳이 없거든요. (요새 한국도 비슷하다고 들었습니다.)
그 아이들 말로는, 동성애자들도 이성애자들처럼, 특정한 취향이라는 게 있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데, 직접 확인까지 하고 나니까 도저히 이해가 안 가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전 정말 걔가 게이건, 네크로필리아건, 사람 대 사람으로서 너무 좋은 친구라고 생각해서 계속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갑자기 그 쪽에서 일방적으로 ‘너 게이 아니니까 꺼져’라는 식으로 나오는 게, 생각해보니까 엄청 억울하더라구요;;
진짜, 이거 어떻게 해결 안될까요?
혹시 만에 하나, 걔가 절 진짜로 좋아해서 피하는 거면, 감정 정리하는 거 도와줘야 하니까, 제가 일부러라도 멀리 떨어져 있겠는데, 이건 억울해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덩치 안 어울리게 소심하게 무슨 짓이냐고 아는 사람한테 잔소리도 들었는데, 솔직히 여러분이라도 이런 경우 있으면 신경이 쓰이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