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치과대학 공부가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미국 치대로의 유학을 결심할 때 제일 자신이 없고 힘들 것으로 생각한 것이 영어로 강의를 듣고 시험을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치대에 들어가기로 결심하기 전 약 1년 간 LA에 있는 남가주대학원(Graduate School of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공부했던 경험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자신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원 시절 일주일에 10여 시간의 강의도 잘 들리지 않아 녹음기로 녹음해가면서 소화해냈고, 주관식 시험을 영어로 치르면서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치과대학의 경우에는 1,2 학년 때엔 강의 시간만 일주일에 30에서 40시간인 데다 과목 수 또한 엄청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시험들을 어떻게 치러야 하나 하는 생각에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다. 미국의 많은 치과대학들이
Tutor제도와 Script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Tutor제도는 일종의 보충수업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즉, 성적이 우수한 상급생들을 선발하여 성적이 뒤지는 하급생들을 상대로 학교 수업 시간 외에 보충수업을 실시하게 하고, 학교에서 이들 상급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따라서 수업 시간에 놓친 부분이 있더라도 너무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이 시간을 적극 활용하여 실력을 키워 나가면 된다.
물론 치대 과정이 워낙 학업량이 많아서 공부를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면 성적이 떨어지기 때문에 미국 학생들도 힘겨워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뚜렷한 목표 의식과 성실성만 잃지 않는다면 한국인의 근성과 오기로 자기도 놀랄 정도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두번째,
Script 제도는
유료 대필 제도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치과대학 과정은 미국 학생들도 그 많은 강의 시간에 정신을 집중해서 노트 필기를 잘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매 학기 초에 학생들이 일정 금액을 갹출하여 각 과목별로 같은 반 학생들 중에서 사람을 정하여 돈을 주고 그 과목의 노트 필기를 담당케 하는 것이다. 이렇게 노트 필기를 담당하게 된 Scripter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강의를 듣는 것은 물론이고 녹음까지 해둔다.
그런 다음 강의 내용을 정리하고 타이핑한 후 복사하여 같은 반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이런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인터뷰를 위해 미시간 치과대학교에 갔을 때 상급생들한테 물어서 알게 되었는데, 우리 같은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그야말로 구세주와 같은 것이란 걸 그 후4년 동안 공부를 하며 절감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독자 여러분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학교를 지원하기 전에 공부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제도나 전통들이 있는지 학교 소개서나 문의를 통하여 가능한 한 철저히 알아보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큰 걱정거리는 역시 시험이라고 하겠다. 지난 치과대학4년을 회상하자면 처음 1학년과 2학년 때는 거의 매일 퀴즈 아니면 시험에 시달렸던 기억이 또렷하다.그러나 이 많은 시험들은 대부분 객관식이고, 우리 나라에서 흔히 족보라 부르는 것처럼 미국에도 역대 시험 문제들을 복사한 것을 매 학기 초에 구입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다는 점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다시 말해 공부량이 많아 시간이 넉넉치 못해 힘들었지 공부 자체가 힘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학교측에서도 일단 선발된 학생들은 모두 졸업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탈락생이 많으면 학교측에서도 그만큼 등록금 등의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지런히 노력만 한다면 누구나 무난히 졸업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더구나 3,4학년 때는 주로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 과정이므로 손재주가 좋은 우리 한국인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대로만 한다면 큰 어려움이 없다고 본다.
1 2학년 때에는 기초 3 4학년 떄에는 임상과정에 중점을 둔 교육 미국 치과대학4년 과정은 크게 두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즉, 처음 2년 동안은 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상식이 되는 생화학, 미생물학, 해부학 등의 기초 과목들을 중심으로 배우게 된다. 따라서 몇몇 대학에서는 처음 1년 혹은 2년 간 의과대학과 치과대학생들이 같은 교실에서 같은 과목들을 수강하기도 한다. 그런데 치과생들은 이 과목들 외에 치과학 과목들의 이론을 배우고, 실습실에서 구강과 치아 모델을 사용하여 실습도 한다. 이처럼 의학 기초와 치과학을 동시에 배워야 하기 때문에 치과생들은 의과대학보다 더 힘들다고 불평을 하기도 한다.
치과대학 의 처음 두 해는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할 수 있다. 거의 매일 필기나 실기 시험에 쫓겨 주말, 주 중할 것 없이 공부와 실습을 하면서 보내는 지리하고 힘든 세월이다. 더구나 요즘에는 점 점 더 많은 학교들이 저학년에서부터 환자 진료를 시작하는 추세여서 늦어도 2학년부터는 간단한 것이지만 실제 환자를 보기 때문에 시간 부족은 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렇게 힘든
기초 2년 과정이 끝나면 제1차 국가고시를 치르게 된다 시험은 1,2학년 때 배운 여러 과목들을 총 점검하는 기회로 보고 성실히 준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당락이 중요한 문제지만, 혹시
떨어지더라도 일 년에 여러 번의 기회가 있으므로 그리 큰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두 번째에는 합격을 한다. 3학년과 4학년 때는 1,2학년 때 강의실과 실습실에서 연마한 것을 실제로 환자를 치료하면서 익힌다. 강의 시간은 일주일에 10여 시간 이하이고, 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우고 치료를 행하는 데 많은 시간이 배정된다.
3학년 때부터는 각 학생들에게 각자의 진료 의자가 따로 배당되어서 본격적으로 실제 환자를 보기 시작한다.
치과의 각 분야 즉 구강병리학, 구강외과학, 보철학, 치주학, 교정학, 소아치과학 등을 각 전문의 교수들의 지도하에 클리닉을 돌아가면서 배우게 된다.
4학년 때는 자기에게 배당되는 환자들을 거의 자기 능력으로 소화해내면서 졸업에 필요한 각 분야마다의 Requirements(졸업 요건)들을 동시에 충족시켜 나가게 된다.따라서 공부에 대한 부담은 상당히 주는 대신 보철물을 직접 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습실에서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4학년에 들어서면 보통 첫 학기에 제2차 국가고시를 보는데, 이는
실제 환자를 치료하는 데 알아야 할 소양을 점검하는 시험이다 또한 졸업을 앞두고는 학교나 외부의 종합병원이나 치과의원에 파견되어, 학교 밖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환자진료를 관찰하기도 하고 치료에 직접 참여하는 기회를 갖기도 하여 팀워크의 중요성도 체험한다. 그리고 졸업 후 개업할 것에 대비하여 은행에서 대출 받는 과정에서부터 실제 치과 개원 과정과 경영에 대한 강의도 듣게 된다.
한편, 각 학교마다 조금씩 스케줄은 다르지만 연구나 대학원 전문의 과정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방학 때 학교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용돈도 벌고 연구 경험도 쌓을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경험은 치과 대학 졸업 후에도 인기 있는 전문의 과정에 바로 들어가기가 날로 힘들어지고 있는 요즘 상황에 비춰 볼 때 진학에 큰 이점이 될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치과대학 졸업 후 대학원이나 전문의과정에 입학하려고 계획하고 있는 학생들은 치과대학 1학년과 2학년 때 특히 열심히 공부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미국 대부분의 치과대학에서는 매학기 각 학년학생들의 등수를 산정하는데, 졸업 등수는 나중에 대학원이나 전문의 과정에 지원할 때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런데 이 등수는 필기 시험이 많은 1학년과 2학년 때의 성적이 4년 내내 거의 변동 없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3학년과 4학년 과정은 위에서 설명하였듯이 환자를 다루는 임상 과목들이 대부분이므로 어차피 초보자인 학생들간의 격차가 그리 심하지 않아서 성적이 비슷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1,2학년 때의 성적이 졸업 등수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치과 공부를 하면서
절대 자신감을 잃지 말라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 학부에서 치과를 전공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다 왜냐하면 어차피 미국의 신입생들도 치과에 대해서는 문외한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나라 학생의 경우 미국 학생들보다 영어 외에는 뒤질게 없다는 것이 포함한 모든 경험자들의 일관된 판단이다.
한국인이 뛰어난 재능과 자질을 갖춘 국민이다는 말이 결코 자화자찬이 아님을 외국 학생들과 경쟁을 하면서 여러분 모두가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