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학비는 지난 10년간 쉴새없이 올라 거의 2배에 육박하고 있다. SAT 주관기관인 칼리지보드에 따르면 2007년 현재 사립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의 평균 학비는 기숙사비. 식비.책값. 재료비. 교통비 등 포함, 총 3만 4,063달러 수준이며, 공립대는 1만 5,488달러(주내학생 기준), 커뮤니티 칼리지는 4,552달러(기숙사.식비 제외)다.
"12학년 아들이 대학원서 작성을 마치고 사인하라고 하는데, 정말 깜짝 놀랐어요"
톱대학에 지원한 자녀를 둔 한인 이모씨는 학비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학비가 비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이 정도일 줄은 미처 실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5년째 한국 직장과 미국 가정을 오가며 생활하는 이른바 '기러기 아빠'다. 아직 비영주권자인 관계로, 대학에 들어가는 아들의 경우 유학생(F1) 신분을 유지해야 한다.
잘 알다시피, 유학생은 주립대에 진학하더라도 주내 거주자학비 혜택을 받지 못해 거의 3배에 가까운 타주 출신자 학비를 물어야 한다. 게다가 그 많다 하는 장학금도 '그림의 떡'이다. 미국 내 장학금 대부분은 영주권자 이상에게 제공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제공하는 학비보조 혜택도 거의 받을 수가 없다. 이씨는 그동안 "대학에만 들어가라. 땡 빚을 내더라도 보내주마"고 말해왔던 약속이 얼마나 무모했는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들 학비와 한국.미국 두집살이의 생활비를 감당하려면 한달에 거의 1만달러(1천만원)는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녀가 대학에 합격해도 큰 걱정일 정도가 된데에는 지난 10년새 대학 학비가 무려 100%나 급등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인들이 선호하는 아이비리그 대학의 경우는 한해 4만 5,000달러를 훨씬 상회한다.
혹자는 이에 대해 자녀로 하여금 융자를 받도록 해서 나중에 직장 잡고 갚도록 하면 되지 무슨 걱정이냐고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이와 관련, 과도한 대졸자 빚이 졸업 후 진로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한인 1.5세와 결혼한지 10년이 넘었다는 한인 김모씨는 아내의 학창시절 학비 융자액을 지금까지도 갚고 있다고 푸념했다. 자녀 셋 교육에다 아내 학자금까지 갚으려니 생활고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학비조달 문제는 이래저래 부모들의 피할 수 없는 큰 고민이 돼 버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미국 대학들은 돈 없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길을 열어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3년내 대학 졸업이 가능한 속성 학위취득 프로그램 등을 비롯 △커뮤니티칼리지의 2+2제도 △뉴욕주쿠퍼 유니언처럼 돈 한푼 받지 않는 학교들을 이용해볼만 하다. 또 스타급 지원자들에게 큰 폭의 학비할인 혜택을 제공해 주는 대학들도 있다. 자신을 스타로 인정해 주는 대학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물론 이렇듯 치솟는 학비가 학생들의 실제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학비가 인상되면서 학생들에 대한 재정 지원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샌드라 바움 칼리지보드 선임 애널리스트는 "아주 부유한 학생들만이 수업료를 낸다"면서 "1년 학비로 3만달러 이상을 지불하는 학생은 10%가 채 안되며, 4년제 대학생들의 약 56%는 1만불 이하, 3분의 1 가량은 6천달러만을 내고 있다" 고 밝혔다.
그러나 US뉴스 앤 월드 리포트가 밝힌 바에 의하면 장학금이나 학비보조를 한푼도 받지 못하는 학생이 전체 대학생들의 3분의 1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US 뉴스는 "더 나쁜 뉴스는 공립대학 평균 졸업 연한이 6년을 넘고 있는 것"이라면 "이 기간동안 내는 추가 학비가 총 9만달러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미 대학생학부모회(CPA)의 짐 보일 회장은 "문제는 앞으로의 학비 전망이 더욱 어둡다는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 자녀들의 진학이 피크를 이루는 향후 5~6년동안 대학당국은 기숙사 등 설비 확충에 투자를 늘릴 수 밖에 없고, 이의 재원마련을 위해 학비를 더욱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